간판 디자인 따로 맡길까 한번에 맡길까, 분리발주 판단 기준

간판 견적을 알아보다 보면 갈림길이 하나 나옵니다. 디자인은 온라인에서 5만원짜리 시안을 받고, 제작·시공만 동네 간판집에 맡길지. 아니면 처음부터 한 업체에 통째로 맡길지. 5만원짜리 시안이 눈에 밟혀서 분리발주로 갔다가, 정작 시공 단계에서 "이 도안은 그대로 못 만듭니다"라는 말을 듣는 사장님이 적지 않습니다. 이 글은 간판 단가표나 허가 절차가 아니라, 오직 발주 구조를 어떻게 쪼갤 것인가만 다룹니다.
결론부터, 병목은 디자인이 아니라 제작·시공입니다
2026년 9월 자체 조사(국내 견적 플랫폼 공개 데이터 전수 수집)에서 나온 숫자입니다.
| 구분 | 누적 견적요청 | 활동 전문가 수 | 전문가 1인당 요청 |
|---|---|---|---|
| 간판 제작·시공 | 185,211건 | 5,199명 | 35.6건 |
| 간판 디자인 | 45,284건 | 27,268명 | 1.7건 |
같은 간판인데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요청 자체는 제작·시공이 디자인의 4.1배(185,211 ÷ 45,284)인데, 전문가 수는 디자인이 제작의 5.2배(27,268 ÷ 5,199)입니다. 결과적으로 1인당 요청량이 21배 벌어집니다.
이게 사장님께 뜻하는 바는 단순합니다.
- 디자인은 공급 과잉입니다. 고르기 쉽고, 값이 싸고, 경쟁이 심해 응답이 빠릅니다.
- 제작·시공은 공급 부족입니다. 한 업체에 요청이 몰려 있어 일정이 밀리고, 아쉬운 쪽은 사장님입니다.
즉 시간을 아껴야 할 곳은 디자인이 아니라 시공사 확보입니다. 오픈 일정이 촉박한데 시안부터 붙잡고 2주를 쓰는 건 순서가 뒤집힌 겁니다.
90만원이라는 숫자를 오해하지 마세요
같은 조사에서 간판 제작 카테고리의 건당 평균 견적가는 약 90만원이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건 견적 요청 1건당 평균이지 간판 1장 값이 아닙니다. 요청 1건에 전면 간판 + 돌출(스카이) 간판 + 어닝 프린팅이 함께 들어간 경우도 한 건으로 잡힙니다.
둘째, 간판은 평 단위가 아니라 면적(㎡)으로 견적이 나옵니다. 건당 평균을 규모별로 나눠 보면 이렇게 됩니다.
| 전면 간판 규모 | 면적 | 90만원 환산 |
|---|---|---|
| 폭 3m × 높이 0.8m | 2.4㎡ | ㎡당 약 37만원 |
| 폭 4m × 높이 0.9m | 3.6㎡ | ㎡당 약 25만원 |
| 폭 6m × 높이 1.0m | 6.0㎡ | ㎡당 약 15만원 |
| 폭 8m × 높이 1.0m | 8.0㎡ | ㎡당 약 11만원 |
산출식: 90만원 ÷ (폭 × 높이). 작을수록 ㎡ 단가가 튀는 이유는 규모와 무관하게 붙는 고정비 때문입니다. 고소작업차(스카이) 출동, 기존 간판 철거·폐기, 전원 배선, 허가·신고 대행은 간판이 2㎡든 8㎡든 거의 같은 비용이 듭니다. 그래서 작은 간판은 "재료비는 싼데 견적은 별로 안 싼" 현상이 생깁니다. 소재별 실제 단가표는 간판 제작비 얼마나 드나에서 따로 다룹니다.
분리발주 vs 일괄발주 비교
| 항목 | 분리발주(디자인 따로) | 일괄발주(한 업체) |
|---|---|---|
| 디자인 비용 | 3만 | 제작비에 포함되거나 무상 시안 2~3안 |
| 총액 | 재작업 없으면 비슷하거나 약간 저렴 | 예측 가능, 협상 여지는 적음 |
| 디자인 완성도 | 높을 수 있음, 브랜딩 연계 가능 | 업체 보유 서체·레이아웃으로 수렴 |
| 책임 소재 | 나뉨. 도안 문제인지 시공 문제인지 다툼 발생 | 한 곳. 하자 시 창구 단일 |
| 기간 | 시안 확정 후 시공사 재섭외라 2~3주 더 걸리기 쉬움 | 실측·시안·제작이 병렬로 진행 |
| 허가 서류 | 설계도서를 시공사가 별도 작성해야 함 | 대행 포함이 일반적 |
| 재작업 리스크 | 있음 (아래 참조) | 낮음 |
분리발주의 함정, 예쁜 시안이 제작 도면은 아닙니다
디자인 외주에서 나오는 산출물은 대체로 "화면에서 예쁜 이미지"입니다. 간판 제작에 필요한 건 "기계가 읽는 데이터"입니다. 이 둘 사이에서 사고가 납니다.
1) 규격을 모르고 그린 시안 현장 실측 없이 그린 도안은 실제 파사드 비율과 안 맞습니다. 상가 전면 폭이 4.2m인데 시안은 16:9 비율로 그려져 있으면, 글자를 줄이거나 늘려야 하고 그 순간 디자인 의도가 무너집니다. 실측은 반드시 시공사가 먼저 하고, 그 치수(mm 단위)를 디자이너에게 넘겨야 합니다.
2) 소재를 고려하지 않은 획 두께 채널 간판은 알루미늄이나 갈바 철판을 접어 글자 형태의 통을 만들고 안에 LED를 넣습니다. 획이 너무 가늘면 물리적으로 통을 만들 수 없고, LED도 안 들어갑니다. 손글씨풍 얇은 획, 그라데이션, 반투명 오버랩은 화면에서만 되는 표현입니다. 제작 가능한 최소 획 두께는 소재·공법마다 다르니 시안 확정 전에 시공사에게 숫자로 받아두셔야 합니다.
3) 벡터 원본을 못 받는 경우 JPG·PNG만 받으면 제작이 불가능합니다. 간판은 도안을 그대로 커팅·절곡하기 때문에 반드시 벡터 원본(.ai 또는 .eps)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판매 페이지에서 원본 파일 제공이 별도 옵션으로 분리돼 있거나, 저작권 사유로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결제 전에 옵션 구성을 확인하세요.
4) 폰트 아웃라인 미처리 디자이너 PC에만 있는 서체로 작업된 파일을 시공사가 열면 서체가 시스템 기본 폰트로 바뀌어 버립니다. 문자를 도형으로 변환하는 아웃라인 처리본을 함께 받아야 합니다. 수정 여지를 위해 아웃라인 처리본과 미처리본 2개를 모두 요청하는 게 안전합니다.
5) 재작업 비용은 온전히 사장님 몫 디자인은 디자이너 책임, 제작은 시공사 책임인 구조에서 "도안대로 만들었는데 현장에 안 맞는다"가 되면 중재자가 없습니다. 이미 시트 출력이 끝났거나 채널 글자를 접었으면 재료비는 회수되지 않고, 설치까지 갔다면 고소작업차 재출동분이 통째로 추가됩니다. 5만원 아끼려다 수십만원이 나가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발주를 쪼갤 때 생기는 책임 공백의 일반적인 구조는 하도급 구조와 책임 소재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일괄발주의 함정, 디자인이 카탈로그로 수렴합니다
반대편 함정도 분명합니다. 간판 제작 업체의 본업은 제작·시공이고, 디자인 인력은 보유 서체 몇 종과 기존 작업물 레이아웃을 변형하는 수준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깁니다.
- 같은 상권 안에 비슷한 간판이 여러 개 생깁니다.
- 브랜드 로고·메뉴판·명함·인스타 프로필과 톤이 따로 놉니다.
- "무상 시안"이라 수정 요구를 강하게 하기 어렵습니다.
- 무상 시안은 보통 2~3안 제공에 수정 횟수 제한이 붙습니다.
브랜드 정체성이 매출에 직결되는 업종(카페, 디저트, 편집숍, 미용)이라면 이 손실이 5만원보다 훨씬 큽니다. 파사드 전체를 함께 설계하는 경우라면 상가 파사드 시공비와 묶어서 보시는 게 낫습니다.
절충안, 디자인은 따로 하되 시공사를 먼저 잡으세요
조사 데이터가 가리키는 실전 해법은 이겁니다. 순서를 뒤집으세요.
- 시공사부터 확보합니다(공급 부족 구간이라 가장 오래 걸립니다).
- 시공사에게 실측과 제작 조건을 받습니다.
- 그 조건표를 들고 디자이너에게 갑니다(공급 과잉 구간이라 며칠이면 됩니다).
- 시안이 나오면 시공사에게 제작 가능 여부를 먼저 검토받고 확정합니다.
- 확정본으로 허가·신고를 진행합니다.
이 순서면 분리발주의 장점(디자인 퀄리티)은 살리고, 최대 리스크(재작업)는 3번과 4번에서 대부분 걸러집니다.
디자인 외주 전에 시공사에 물어야 할 5가지
시공사에게 아래 5개를 문서나 메시지로 받아두고 디자이너에게 그대로 전달하세요. 이 다섯 줄이 재작업을 막습니다.
| # | 질문 | 받아야 할 답의 형태 |
|---|---|---|
| 1 | 소재를 뭘로 하실 건가요 | 채널(전면발광/후면발광), 후렉스, 아크릴, 갈바 등 확정 소재명 |
| 2 | 실측 규격과 제작 가능한 최소 획 두께는 | 폭·높이 mm, 최소 획 두께 mm, 여백 확보 치수 |
| 3 | 설치 방식은 무엇이며 벽체에 타공이 되나요 | 앙카 타공 가능 여부(드라이비트·석재·유리 파사드는 제한), 고소작업차 진입 동선, 임대인 동의 필요 여부 |
| 4 | 전원은 어디서 끌어오나요 | 간판 전용회로 유무, 차단기 용량, 타이머 스위치 위치, 배선 인출구 위치 |
| 5 | 허가·신고 대상인가요, 대행은 포함인가요 | 신고/허가/제외 구분, 관할 구청 조례 제한, 대행 수수료 포함 여부 |
3번의 임대인 동의는 특히 중요합니다. 벽체 타공과 파사드 변경은 원상복구 범위와 직결되므로 임대인 동의 범위 기준으로 사전에 정리해 두세요.
5번은 관할 지자체 조례에 따라 달라집니다.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상 벽면이용간판은 면적 5㎡ 이상이면 신고 대상이고(3층 이하 5㎡ 미만은 신고 제외), 한 변이 10m 이상이거나 4층 이상 층 벽면의 타사광고는 허가 대상입니다. 처리기한은 허가 7일·신고 3일이며, 유효기간은 최장 3년으로 만료일 전후 30일 이내에 표시기간 연장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다만 미관지구·간판개선사업 구역 등은 조례로 색상·수량·돌출 여부까지 따로 제한하므로 관할 시·군·구 확인이 필수입니다. 자세한 절차는 간판 허가와 신고 가이드를 보세요.
디자인 파일 인계 체크리스트
디자인 외주 결제 전에 아래가 포함되는지 확인하세요. 없으면 옵션으로 추가하거나 다른 곳을 고르는 게 낫습니다.
- 벡터 원본 파일(.ai 또는 .eps) 제공 여부
- 폰트 아웃라인 처리본 + 미처리본 각 1개
- 실측 치수가 기입된 도면(mm 단위, 축척 명시)
- 색상 지정이 화면 색상값이 아니라 시트지·도장 색번호로 표기
- 현장 사진에 합성한 시뮬레이션 이미지(허가 신청에 원색도안·원색사진이 필요합니다)
- 수정 횟수와 추가 수정 단가
- 2호점 확장·굿즈·간판 외 매체 사용 가능 여부(저작권 범위)
허가 서류에는 원색사진 및 광고물 원색도안 외에 설명서와 설계도서, 건물(토지) 사용 승낙서가 들어갑니다. 디자인 외주에서 나오는 건 도안까지고 설계도서는 시공사가 별도로 만들어야 하므로, 분리발주라면 이 작업이 시공 견적에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세요.
하자와 A/S 책임을 한 곳으로 모으세요
간판 고장은 대부분 디자인이 아니라 부품에서 납니다. 업체 안내 기준으로 LED 모듈·SMPS(전원공급장치) 무상 A/S는 통상 12년, 유상 교체는 부품별 5만15만원 선입니다. 여기에 고소작업차 출동비가 별도로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계약서에 아래 3줄이 없으면 추가하세요.
- 무상 A/S 기간을 부품별로 명시합니다(예: LED 모듈 2년, SMPS 2년, 방수·누전 2년, 도장·시트 변색 1년).
- 출동비 포함 여부를 명시합니다. "부품 무상, 출동비 별도"인지 "무상 기간 내 출동비 포함"인지가 실제 지출을 가릅니다.
- 하자 판정 주체를 정합니다. 분리발주라면 "도안 사유로 인한 재작업은 사장님 부담"이 되기 쉬우므로, 시공사가 시안을 사전 검토·서면 승인했다는 기록을 남겨 두세요. 이 승인 기록 하나로 책임이 시공사로 넘어갑니다.
계약서에 어떤 조항이 들어가야 하는지는 시공사 고르는 법과 반셀프 vs 턴키 비교에서 발주 방식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우리 가게는 어느 쪽인가
| 상황 | 권장 | 이유 |
|---|---|---|
| 오픈까지 3주 미만 | 일괄발주 | 시공사 확보가 병목이라 디자인 왕복할 시간이 없습니다 |
| 브랜드를 새로 만드는 중 | 분리발주 + 시공사 선확보 | 로고·메뉴판·패키지와 톤을 맞춰야 합니다 |
| 프랜차이즈 가맹 | 일괄발주 | 본사 BI가 확정돼 있어 디자인 재량이 없습니다 |
| 기존 간판 글자만 교체 | 일괄발주 | 프레임을 그대로 쓰면 디자인 변수가 작습니다 |
| 파사드 전면 개편 | 분리발주 검토 | 간판·외벽·조명을 함께 설계할 값어치가 있습니다 |
| 총 예산 100만원 이하 | 일괄발주 | 디자인비 5만원의 절감폭보다 재작업 리스크가 큽니다 |
디자인비는 전체의 5% 안팎입니다(총 95만원 중 5만원 = 5.3%). 나머지 95%를 흔들 위험을 감수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만 쪼개는 게 맞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디자이너가 "시공까지 연결해 드린다"고 하면 안전한가요 그건 사실상 일괄발주에 가깝습니다. 다만 중간에 소개만 하고 하자 책임은 지지 않는 경우가 있으니, 누가 계약 당사자인지를 계약서로 확인하세요. 시공사와 직접 계약이면 A/S 창구는 시공사입니다.
Q. 시안을 3곳에서 받아 비교하고 싶습니다 디자인은 공급 과잉 구간이라 가능합니다. 단 실측 치수와 소재 조건을 3곳에 동일하게 주셔야 비교가 됩니다. 조건이 다르면 예쁜 것과 만들 수 있는 것이 섞여 판단이 어려워집니다.
Q. AI로 뽑은 이미지를 시안으로 줘도 되나요 그대로는 제작이 안 됩니다. 벡터 변환·획 두께 정리·색상 재지정이 필요하고, 이 작업 자체가 별도 비용입니다. 참고 이미지로 쓰고 실제 도안은 벡터로 다시 그리는 걸 전제로 하세요.
간판은 매장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부분이지만, 발주 구조를 잘못 잡으면 가장 나중까지 말썽이 남는 항목이기도 합니다. 디자인 5만원을 어떻게 쓸지보다, 제작·시공사를 언제 확보할지를 먼저 정하시는 걸 권합니다.
이 글의 단가·기준은 2026. 09. 03. 기준 업계 통상 범위로, 지역·현장 조건·자재 등급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확한 금액은 우리 매장 조건으로 계산한 견적으로 확인하세요.